도서관 The Library

.어쩌면 책읽기는 미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젊은 남자가 이상한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 내부는 미궁처럼 어지럽게 얽혀있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 남자는 어딘가 불편한 기분을 느낀다. 남자는 도서관 사서를 만나 안내를 청하고 사서는 그에게 다른 책이 진열되어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남자는 독서에 열중하다가 복도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호기심을 느낀 남자는 소리를 따라 도서관 내부를 헤매는데 그 와중에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여성은 외롭고 단절된 공간에서 남자를 맞이하고 알몸으로 그에게 다가와 유혹한다. 남자는 단호하게 여성의 손길을 뿌리친다.
이 단편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인간 정신에 비유한다. 끝없는 미로처럼 펼쳐져 있는 도서관은 곧 인간의 두뇌회로와 겹치는 셈이다. 그리고 실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반문하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신을 찾아, 새로운 대상을 찾아 방황하지만 결국 이러한 갈구 역시 하나의 감옥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문학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는 많은 영화들에서 이미 다뤄졌던 주제이기도 하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문학과 영화 모두 인간 내면의 반영이라는 점은 피할 수 없는 공통점일 터이다. 이 추상적이고 초현실적 단편을 만든 감독은 보르헤스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1999년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