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 Bound by Chastity Rule, 烈女門

양반집 며느리(최은희)는 청상과부인 채 수절하려다 머슴(신영균)과 신분을 초월하여 사랑을 나눈다. 비 오는 어느 날 방앗간에서 두사람은 정을 통하고 며느리는 임신하여 출산하게 되지만, 머슴은 갓난 핏덩이를 안고 쫓겨난다. 먼 훗날 장성한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오지만, 그녀는 자식을 불러보지도 못하고 돌려보낸다. 과부는 수절하고 살아야 한다는 도덕관념 때문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시할머니(한은진)가 견디다 못해 돌아가는 아들을 불러주며 쓰러진다.

황순원 원작 “과부”를 두 번째로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1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오랫동안 유실되어 소재를 알 수 없었으나, 2005년 대만에서 16mm로 발굴 수집된 후 디지털복원을 거쳐 2007년 깐느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시네마테크 - 신필름 후기작 특선)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기 않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영화의 시작, 청상과부가 된 손자며느리 에게 시할머니가 이르는 이 말은 오랫동안 한국 전통사회를 지배해온 관념인 동시에 의 주인공들이 평생 벗어날 수 없었던 견고한 인습의 굴레였다. 황순원의 단편소설‘과부’를 1960년 조긍하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화한 신상옥 감독의 1962년작 은 에 이어 아시아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작품으로 감독에게 상업적인 성공과 비평적인 성공을 동시에 안겨준 작품이다. 머슴과 사랑에 빠지지만 끝내 사회적 금기와 관습을 벗어날 수 없었던 젊은 과부, 신분과 인습의 벽에 막혀 사랑하는 여인을 얻을 수 없었던 남자, 그리고 그 역시 평생 과부로 살아왔지만 흔들리는 손자며느리에게 정절을 강요하는 시할머니, 평생을 금기와 관습에 갇혀 살아야 했던 영화 속 주인공들의 굴곡 많은 일생을 담은 영화는 굴곡진 여성의 삶과 인간의 욕망에 대해 그 어떤 감독보다 적극적으로 탐구해온 신상옥 감독의 세계가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기도하다. 오래 전 필름이 유실되었지만 한국영상자료원에서 2005년 대만에 존재하는16mm프린트를 발굴 수집, 디지털 복원했다. (모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