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청명한 이미지를 생생하게 담아낸 실험영화이자 대나무 숲과 연출자의 호흡 작용을 소리 없이 담아낸 무성영화이다. 클로즈업과 포커스 아웃 등 카메라의 긴장과 이완 뿐 아니라 절제된 듯 섬세한 관찰을 통해 초록과 대나무의 싱그러움을 이미지화했다.
대나무는 곧은 절개를 표상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는 문인화가들이 가장 즐겨 그리던 대상이었다. 대나무의 정신은 동양화 속에서 수없이 반복, 언급되었다. 하지만 대나무가 하나의 생명임을, 대나무가 무리지어 춤을 추고 대나무가 자신의 관절을 타고 오르는 곤충들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그들에게 길을 내주며 하나의 생명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언급한 그림 혹은 예술은 없거나 드물었다. 장민용의 은 기존의 대나무라는 견고한 이미지의 틈을 넓게 벌리고 그 사이에 대나무의 표
정, 숨소리, 대나무의 춤과 대나무의 친구인 곤충들의 나들이와 생존투쟁의 현장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이 카메라로 관조한다. 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가 얼마나 많은 생명들과 얼마나 많은 언어로 이루어지고, 끊임없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며 지칠 줄 모르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지를 르포처럼 생생하게, 혹은 작가적 시선으로 담담하고 아름답게 포착해낸다. 세상의 언어는 인간의 문자와 언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대나무와 바람과 빛들이 서
로 소통하고 어우러지고 온 세상을 함께 공유하고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 대나무의 호흡으로, 곤충의 발걸음으로 가시화한다. (문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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