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거구의 남자가 소파에 앉아 설핏 든 잠에서 깬 듯하더니 크로스워드 퍼즐로 달려든다. 주인공 벨라미가 처음 소개되는 영화의 이 장면에서 우리는 이 남자가 무언가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일상적으로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르주 심농(영화는 두 명의 조르주에게 헌정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저명한 작가이고 다른 이는 가수인 조르주 브라상이다)의 한 작품에서처럼 이 사람은 ‘휴가를 보내는 경감’이다. 하지만 그는 남불의 도시 님에서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유의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 그의 집 앞에 흥미로운 문제거리를 가진 한 남자가 서성이고 그는 보험 사기에 연루된 이 남자의 복잡한 사건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런데 〈Bellamy〉가 흥미로운 영화인 것은, 오히려 이 사건에만 달려들지 않기 때문이다. 스릴러로서는 다소 느린 발걸음을 가진 이 영화는 사건의 연쇄만을 건조하게 따라가려 하기보다는 벨라미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를 관찰하려 한다. 따라서 영화에서 벨라미와 그의 매력적인 아내 사이의 전반적으로 애정이 수반된 관계도, 그리고 벨라미와 끊임없이 술을 찾는 이복동생 사이의 호의적이지 못한 관계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결국 누벨바그의 노장 클로드 샤브롤이 만들어낸 것은, 삶이라고 하는 보다 확장된 개념의 미스터리에 대한 미묘하고 농밀한 영화이다. (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홍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