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900m 아래의 세상을 본다.
사방이 온통 검고 어두워서 안전모에 달린 빛이 아니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소리 나는 곳으로 향하면 전등 빛 안으로 온통 검은 잿더미를 뒤집어쓰고 하얀 눈동자만 드러낸 채 석탄을 캐고 있는 광부들이 보인다. 일을 마치고 지상으로 나온 그들 옆으로 다시 탄광으로 들어가는 다른 이들이 교차된다. 폐광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오늘도 그들의 일상은 계속되고 가까이서 혹은 거리를 두고 그들의 모습을 담는다. 안전 마스크 안에서 나의 거친 숨소리가 점점 거칠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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