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까지 10초 Ten Seconds to Hell

.2차대전이 끝난 후, 베를린으로 돌아온 6명의 독일 병사들이 점령군인 영국군 산하에 폭탄처리반으로 고용된다.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 모인 대원들은 목숨을 건 위험한 임무를 앞에 두고 각자 월급의 반씩을 모았다가 최후에 살아남는 사람이 모두 갖기로 한다. 이어지는 사고와 마찰로 인해 대원들이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고 결국 쾨르트너와 비르츠만 남게 된다. 폭탄제거 솜씨가 막상막하인 두 사람은 그들을 고용한 아름다운 여인 마고를 둘러싼 사랑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어느 날 1천 파운드짜리 폭탄을 해체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자, 비르츠는 쾨르트너를 제거하기 위해 폭탄을 몰래 조작한다. 그러나 우연의 장난은 이들에게 반대의 운명을 선사한다.
로렌스 바흐만의 소설〈불사조〉를 각색한 독특한 전쟁영화.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삶을 다시 꾸려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전쟁 직후 폐허가 된 베를린을 배경으로 탁월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악역배우로 유명한 잭 팰런스가 선량한 영웅 역을, 정정당당한 영웅으로 주로 출연했던 제프 챈들러가 비열한 악당 역을 맡아 대조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으며, 영국의 해머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독일의 우파 스튜디오에서 로케이션 촬영되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복잡한 폭탄의 해체 과정을 마치 한 편의 과학 다큐멘터리처럼 꼼꼼하게 기록한 장면이 인상적이며, 전쟁의 상흔에 대해 염세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는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2005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 로버트 알드리치 회고전)